※ 먼저 밝힙니다. 본 콘텐츠는 WRD°의 Project712라는 가상 디자인 프로젝트로, 제네시스 및 현대자동차그룹의 공식 발표가 아닙니다. 실제 자동차가 아닌 WRD°에서 만든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시리즈입니다.
When Le Mans cools down, Seoul heats up.
지난 주말 한국 현대자동차그룹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경주차가 르망24에 출전해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F1의 인기로 깔린 저변에 WEC라는 새로운 그림, 자국 브랜드라는 의미. 거기에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쿨한 브랜딩과 멋진 경주차 디자인까지 더해져 시너지를 낸 결과였습니다.

자동차와 운전, 그리고 모터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도로를 달리는 레이스카는 언제나의 판타지입니다. 페라리 운전대에 달린 마네티노나 혼다 S2000에 달린 시동 버튼 등이 이러한 우리의 판타지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 탄생한 요소들입니다. 거기에 궁극의 판타지는 바로 호몰로게이션 모델입니다.
여기서 우리의 상상력은 출발했습니다. 호몰로게이션의 의미가 거의 사라진 이때. 도로를 달리는 레이스카가 보고 싶다. 그래서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하이퍼카 GMR-001을 로드고잉 버전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전의 Project712 모델들이 그렇듯 단지 상상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실성까지 고려한 다양한 디테일이 구석구석 담겨 있습니다.

호몰로게이션 스페셜이라는 성배
호몰로게이션은 본래 레이스 출전 자격을 위한 규정이었습니다. GT나 투어링처럼 양산차 기반 클래스에 나가려면, 그 차의 도로 버전을 일정 대수 만들어야 했습니다. 레이스를 위해 거꾸로 도로차를 먼저 만든 셈이죠. 그렇게 '도로 위의 레이스카', 호몰로게이션 스페셜이 태어났습니다.
이름부터 그런 차가 있습니다. 페라리 250 GTO. GTO가 Gran Turismo Omologato, '호몰로게이션된 GT'라는 뜻이죠. Group 3가 100대를 요구했지만 실제론 40대도 안 만든, 이름만 양산이던 차였습니다. 이 외에도 BMW E30 M3, 란치아 델타 HF 인테그랄레처럼 매니아들을 열광시킨 차 상당수가 호몰로게이션에서 태어났습니다.

호몰로게이션 모델 중에서도 이 프로젝트의 진짜 영감은 90년대 GT1에서 받았습니다. 포르쉐 911 GT1과 메르세데스 CLK-GTR 같은 모델들이죠. 1997년, FIA가 GT 레이싱을 맡으며 GT1 클래스에 참가하려면 로드고잉 버전 25대를 만들라는 규정을 내걸었습니다. 다만 규정은 느슨해서, 로드고잉 한 대만 있어도 우선 공인을 내줬죠. 덕분에 포르쉐와 메르세데스는 사실상 순수 경주차로 르망을 달린 뒤, 번호판을 달 수 있는 도로 버전을 뒤늦게 채워 넣었습니다. 메르세데스 CLK-GTR은 25대 안팎을 찍어 규정을 맞췄지만, 포르쉐 911 GT1은 20대 남짓에 그쳤죠. 그래서 이 시대의 GT1 스페셜들은 죄다 '간신히 번호판만 달 수 있는 레이스카'였습니다. 그중에서도 로드고잉 CLK-GTR은, 제 어릴 적 드림카였습니다.
물론 그 시대는 끝났습니다. 극소수 로드카만 허용하던 GT1 호몰로게이션 시대는 1998년 메르세데스 천하 이후 사실상 막을 내렸고, 오늘날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GMR-001이 뛰는 LMDh 클래스는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 로드고잉 버전을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저희가 만든 GMROADGOING의 존재 이유입니다.

안해도 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한다는 것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GMR-001의 로드고잉 버전을 상상해본 차, GMROADGOING입니다. 이 차가 포르쉐 911 GT1이나 메르세데스 CLK-GTR 로드고잉과 같은 모델이라고 하면, 모터스포츠를 좀 아시는 분은 바로 반박하실 겁니다. "요즘 LMDh는 호몰로게이션을 위해 로드고잉을 만들 필요가 없어요."
안 해도 되는 일을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럭셔리 브랜드가 할 수 있는, 그리고 제네시스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동차는 그저 A에서 B로 옮겨주는 도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겐 몸이 시트에 파묻히는 출력도, 가슴 뛰는 사운드도, 손에 감기는 가죽과 눈을 사로잡는 디자인까지. 우리가 열광하는 그 모든 것이 쓸데없는 사치일 겁니다.
Because Genesis can. 럭셔리 브랜드가 할 수 있는 가장 사치스러운 일은, 만들 이유가 단 하나도 없는 차를 만들 수 있어서 만드는 여유입니다.

진짜 이유
GMROADGOING을 만든 진짜 이유를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단언컨대, 요즘 등장하는 전 세계의 럭셔리·고성능 자동차 중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차는 없습니다. 저마다 혁신을 말하고 저마다의 매력을 외치지만, 공허한 외침일 뿐 마음에 와닿지 않습니다. 더 이상한 건, 마음이 동하지 않는 그 차들에 온갖 미사여구와 헤리티지를 붙여 기어이 찬양하는 인플루언서와 '전문가'들입니다. 그 인지부조화를 마주할 때마다, 지금이 한 시대의 챕터가 넘어가는 과도기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그 혼란 속에서, 제네시스는 흥미로운 위치에 있습니다. 최근 5년 새 양산 계획은 없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양산이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아 손이 닿을 것 같은 묘한 지점의 콘셉트카를 10여 대 선보였고, 그 대부분이 디자인 측면에서 찬사를 받았습니다.
요즘의 많은 자동차들은 멋있다고 말하지 않으면 내가 뭘 모르는 사람처럼 보일까 걱정하게 만듭니다. 제네시스의 콘셉트카는 그런 고민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애써 이해하려 들지 않아도 그냥 직관적으로 멋있는 디자인. 클래식하고 전통적인 요소에 단단히 기반하면서도 분명한 새로움이 얹힌 디자인. 최근 제네시스의 콘셉트카들이 그랬습니다.
가슴 뛰는 차가 사라진 지금. 심지어 우주의 기운마저 한국으로 모이고 있다는 지금. 우리는 제네시스를 추앙할 준비도, 지갑을 열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현대차는 부끄러워도 N은 멋있었던 것처럼, 마그마가 역할을 해 줘야 할 타이밍인데 WEC에서의 화제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쇼는 있는데, 쇼룸에 없다
현재 마그마의 이름을 단 유일한 양산차인 GV60 마그마는 EV6 GT와 아이오닉 5 N이 존재하는 덕분에 만들 수 있어서 만든 차입니다. GV60이 전기차라 해서, 마그마가 전기 고성능을 지향하는 것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그 뒤를 이을 양산 마그마 모델이 보이지 않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고성능차 앞에서 번번이 멈춰 서는 까닭은, 결국 엔진이라는 밑천의 부족입니다. 전 세계를 덮는 방대한 라인업에 비해, 그룹이 쥔 고성능 내연기관 자원은 마땅치 않습니다. 때문에 제네시스 현재 차종 중 특히 내연기관에서 출력을 대폭 높이고 마그마 배지를 자신 있게 달 수 있는 모델은 안타깝게도 없어 보입니다.
훌륭한 브랜드와 비전, 레이스 프로그램, 콘셉트카를 만들어내도 고성능 브랜드는 결국 양산차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존재감이 옅어진 폭스바겐 R이나 값비싼 전기차만 남은 현대 N은, 이러한 사실이 지금도 유효함을 보여줍니다.

귀족의 혈통
그래서 제네시스는 GMR-001의 로드고잉을 만들어 판매해야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이 차는 제네시스가 가장 저렴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판매용 마그마가 될 수 있습니다.
한쪽 끝에는 포르쉐 963 RSP가 있습니다. 경주차 963 LMDh를 바탕으로, 단 한 대의 도로용 원오프를 위해 새 섀시까지 짜낸 차입니다. 다른 쪽 끝에는 애스턴 마틴 발키리가 있습니다. 도로용으로 먼저 태어나 르망까지 간 차입니다. GMR-001 로드고잉은 그 사이 어딘가에 놓이는 차입니다. 레이스카에서 내려왔으되 한 대로 그치지 않고, 옛 호몰로게이션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단 25대의 한정 판매.
방법은 이렇습니다. 번호판을 달기가 그나마 수월한 유럽에서, 지금 GMR-001을 만드는 오레카와 손잡고 그 로드고잉을 빚어내는 것입니다.

한국의 핫로드
제네시스는 마그마 GT의 양산형도 판매할 수 있습니다. 단, 쉐보레 코르벳 C8의 엔진과 섀시를 활용해서요.
지난해 11월 프랑스에서 처음 공개된 마그마 GT 콘셉트를 두고, 올해 초 한 매체가 흥미로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주행 가능한 이 콘셉트의 바탕이 사실은 코르벳 C8이라는 것입니다. 근거는 제법 구체적이었지만 제네시스도 GM도 이를 확인해 주지 않았습니다. 제네시스는 "공유할 세부사항이 없다"고 했고, 쉐보레는 프로젝트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미드십 스포츠카끼리는 구조가 닮기 마련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적은 예산으로 콘셉트를 굴러가게 만들기 위해, 검증된 미드십 플랫폼을 빌렸다고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추측일 것입니다.
이번 르망에서 마그마 GT의 인테리어와 GT3 콘셉트까지 공개되며 양산에 대한 기대감은 더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현장의 경영진은 "사업성이 있어야 양산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수익이 전제라면, 양산은 사실상 기약 없는 이야기가 됩니다. 설령 나오더라도, 페라리 296 GTB의 가격에 로터스 에미라 수준의 성능이 최대치일 것입니다. 게다가 2026년 현재, 브랜드 전체의 헤일로가 될 차를 전기차로 만들지 않는다는 결정은, 아무리 고성능 마그마라 해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쉐보레 코르벳 C8의 엔진과 섀시를 활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무엇보다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이미 체결된 GM과의 파트너십에 고성능차 영역을 더하면 되지 않을까요? 게다가 판매 대수가 적은 특별한 차일수록, 단종 이후의 부품 지원과 관리가 문제가 됩니다. 코르벳 플랫폼 위에 올라탄다면 그 부담마저 장기적으로 크게 덜 수 있습니다. 미국 켄터키주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네시스 마그마 GT. 그리고 이 차를 IMSA GT3 클래스에 출전시켜, 미국 시장에서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한국 브랜드의 정점이 될 고성능차를 외국산 베이스로 만드는 것이 진정성을 떨어뜨리거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냐고요? 2026년에, 그런 순혈주의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루크 동커볼케가 디자인한 제네시스는 한국 브랜드가 아닌가요. 마그마 GT의 바탕에 코르벳을 활용하는 것은, 오히려 제네시스의 자신감입니다. 정작 걱정해야 할 것은, 쉐보레가 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쪽일 겁니다.

남은 질문
유럽에서는 GMR-001 로드고잉으로 모터스포츠와 슈퍼리치의 귀족적 이미지를 가져갑니다. 미국에서는 코르벳을 베이스로 한 마그마 GT가, 제대로 된 고성능 마그마로 도로를 달리며 IMSA GT3 클래스를 누빕니다.
이렇게 확실한 모델이 한두 개만 있어 줘도 충분합니다. 나머지 라인업은 이들의 디자인에서 큐만 가져와 패키지나 옵션으로 운영해도 됩니다. 그래도 모자라다면, 무언가를 더하는 차가 아니라 빼는 차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G70에서 뒷좌석을 들어내고, 무게를 더하는 편의장비를 덜어내는 것입니다. 흡배기와 맵 튜닝, 그리고 다잡은 서스펜션. 출력 차이는 크지 않아도 차의 맛이 다른 차. 손에 닿는 곳마다 모터스포츠를 떠올리게 하되, 고급 소재로 마감한 차입니다.
이것이 GMROADGOING을 만든 진짜 이유입니다. 소설 같지만, Project712가 늘 그러하듯 여러 가지를 헤아려 본 상상입니다.

박진수는 자동차 콘텐츠 전략가이자 WRD WORLD의 창립자입니다. WRD WORLD는 자동차에 담긴 이야기를 읽어내는 스토리텔러 그룹입니다. 클래식카, 다이캐스트 컬렉션, 모터스포츠 헤리티지를 아카이브하고, 브랜드 컨설팅, 콘텐츠 기획, 영상 제작, 전시 큐레이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 면책고지: 본 콘텐츠는 순수하게 팬의 입장으로 제작한 창작물로, 현대자동차주식회사 및 제네시스(Genesis)와 어떠한 제휴관계도 없으며 공식 승인을 받지 않았습니다. 오직 팬심과 열정으로 제작되었으며, 실제 자동차가 아닙니다. 저희는 현대자동차주식회사와 제네시스의 지적재산권을 존중하며, 이들의 상표나 디자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콘텐츠에 대한 오해나 잘못된 해석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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