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만든 하나의 PV5를 우리 WRD는 다섯 대로 다시 그렸습니다.
PV5는 기아가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내놓은 Platform Beyond Vehicle입니다. 다음 시대의 모빌리티는 전용 전기 플랫폼 위에 목적 기반 차량의 형태로 정의된다는 기아의 승부수이기도 합니다. 적당한 전기 밴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사실 PV5가 던지는 질문은 그것보다 훨씬 큽니다. PV5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 일까요?
이것이 Project712가 답하려는 질문입니다. Project712는 WRD가 이어가는 가상 튜닝 시리즈로, PV5를 캔버스 삼아 하나의 목적 기반 차량이 어떻게 여러가지 다른 문화 언어로 풀어질 수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첫 챕터는 한국 레트로 그래픽이었습니다. 롯데제과, 코카콜라, 금성, 1988년 올림픽 베스타 EV에서 가져온 리버리들. 다만 이들은 양산차와 같은 보디 위에 데칼과 리버리 뿐이었습니다. 링크
이번 두 번째 챕터는 더 깊이 들어갑니다. 다섯 대의 새로운 PV5 컨셉, 리버리뿐 아니라 차의 형상까지 손댔습니다. 범퍼, 차고, 루프랙, 솔라 루프, 와이드바디 펜더, GT 디퓨저. 문화적 시각도 한국의 노스탤지어에서 글로벌 레퍼런스로 옮겨갑니다. 도쿄의 택시. 미국의 액션 영웅. 해변의 노마드. 한국의 랠리 서비스 밴. 기아가 아직 만들지 않은… 가장 빠른 밴.
WRD WORLD는 차에 대한 깊은 이해를 이야기로 옮기는 일을 합니다.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모빌리티와 모터스포츠 사이의 결을 다룹니다.
MK 택시
첫 번째 컨셉은 상상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2025년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기아는 PV5 WAV를 공개했습니다. BraunAbility와 함께 개발한 ADA 준수 전기 휠체어 접근 가능 택시입니다. 기아 PBV 사업 책임자는 이를 회사의 미국 WAV 전략의 일부라고 설명했습니다. PV5는 택시로 재해석된 게 아니라 처음부터 택시로 나왔습니다.
그러니 우리 질문은 "PV5가 택시가 될 수 있는가"가 아니었습니다. "어디에서 어떤 종류의 택시?"였습니다.
우리는 일본을 골랐습니다. 정확히는 MK 택시입니다.

교토에 며칠이라도 머문 적이 있다면 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검은 세단이나 알파드, 흰 장갑을 낀 운전기사, 지붕 사인 위에 빛나는 노란 하트. MK는 까다롭고 의식에 가까운 택시 서비스의 상징입니다. 해외 매체의 호평을 받고, 교토를 찾는 유명 인사들이 선호합니다.
해외 승객 대부분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누가 만들었는지입니다. MK 택시는 재일 한국인이 세웠습니다. 한국 이름 유봉식(Yoo Bong-shik). 전후 시기 교토의 영세 운수업체들을 합쳐, 일본의 빡빡하게 규제된 택시 산업에서 가장 진보적인 회사 중 하나로 키웠습니다.
한국과의 연결은 창업자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2000년대 초, MK와 현대는 그랜저 XG 같은 현대 세단을 일본에서 운행하는 협력에 들어갔습니다. 수천 대 단위로 현대차를 플릿으로 구입하는 계획이었습니다.

이 파트너십은 2022년 두 번째 챕터로 들어섭니다. 그해 2월, 현대는 EV로만, 온라인 판매로만 일본 시장에 다시 들어갔습니다. 5개월 뒤 7월, MK 택시가 IONIQ 5 라운지 50대를 주문합니다. 현대의 일본 재진출 후 첫 번째 주요 플릿 고객이었습니다.
한국인이 세운 일본 회사가 20년 넘게 한국 차를 사들여 온 셈입니다.
WRD의 PV5 MK 택시는 가설이 아닙니다. 1961년부터 살아 있는 회사, 2001년부터 이어진 관계의 다음 차일 뿐입니다.

A-팀의 밴
1983년, NBC는 검은색과 회색의 밴 한 대를 텔레비전에 데뷔시켰습니다. 이후 4년간 매주 방영됐습니다. GMC 밴두라는 A-팀의 차였습니다. 투톤 페인트, 보닛에서 후미까지 흐르는 빨간 스윕 스트라이프, 빨간 터빈 휠, 루프 스포일러, 긴 안테나. Mr. T가 연기한 B.A. 바라쿠스가 몰았습니다. 시청자가 4,000만 명까지 갔던 시절입니다. 영국에서는 끊임없이 재방영됐고, 독일에서는 Das A-Team, 스페인에서는 El Equipo A, 프랑스에서는 L'Agence tous risques, 일본에서는 特攻野郎Aチーム, 한국에서는 A-특공대로 방영됐습니다.
팬들은 그 밴을 다섯 번째 팀원이라고 불렀습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때까지 대중문화의 영웅 차는 스포츠카였습니다. 본드의 DB5, 불릿의 머스탱, 키트, 들로리언. 풀사이즈 카고밴이 그런 이야기에 담기게 된 첫 사례가 밴두라였습니다. 그 뒤로 밴은 독립된 장르가 됐습니다.

WRD의 A-팀 PV5는 거의 원본 그대로의 재현입니다. 검은색 본체에 메탈릭 그레이 액센트, 원본 그대로의 빨간 대각 스트라이프, BFGoodrich Radial T/A 타이어를 끼운 빨간 휠, 루프 스포일러, 프런트 불바, 루프와 그릴의 보조등, 안테나, 그리고 캘리포니아 번호판 S967238. 딱 한 가지만 일부러 시대를 어긋나게 했습니다. 뒤 도어의 Kia 신 로고입니다.
밴두라는 밴도 애스턴 마틴급 문화적 스토리가 담길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PV5에 다시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전기 밴이 그 일을 다시 해낼 수 있을까. 대체가 아니라, 다음 시대를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 위에서 그 계보를 잇는 차로서.

다시 만든 히피 밴
1950년, 네덜란드 폭스바겐 임포터 벤 폰이 바퀴 달린 박스를 스케치했습니다. 자기가 그리고 있는 게 앞으로 20년간 서브컬처의 차가 될 거라곤 짐작도 못 했을 겁니다. 타입 2는 켄 케시의 메리 프랭크스터스를 미국 전역에 실어 나른 버스가 됐습니다. 그레이트풀 데드, 비치 보이스, 밥 딜런을 태웠습니다. 미스터리 머신이 됐습니다. 우드스톡 주차장이 그 차로 가득했습니다. 스미스소니언의 로저 화이트는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미국 주류를 거부한 사람들이 타입 2를 골랐다. 그 차가 "우리는 당신들의 큰 V8 차는 필요 없다"고 말해주었기 때문에.
그 선택의 철학에 한국에는 다른 이름이 있습니다. 무소유. 법정 스님이 1976년에 쓴 수필 제목입니다. 필요한 것보다 더 가지지 마라. 짐을 싸고, 운전하고, 떠나라.
모순은 타입 2 자체가 오염원이었다는 점입니다. 공랭식 수평대향 4기통, 촉매는 없었을 겁니다. 1969년에 그 철학을 택한 운전자들은 지금 70대입니다. 그중 다수가 1세대 EV 채택자, 재생에너지 옹호자가 됐습니다. 신념은 그대로입니다. 기술이 마침내 따라잡았을 뿐입니다.

WRD의 PV5 해변 에디션은 그들이 지금 정말 원할 차입니다. 오프화이트 바디에 측면 하단을 가로지르는 노랑, 주황, 빨강의 선셋 스트라이프 그래픽. 전기를 만들어내는 통합 솔라 패널 팝업 루프. 오프로드 타이어를 끼운 흰색 스틸 랠리 휠. 비치 체어, 접이식 테이블, 그리고 기아가 2022년 The Ocean Cleanup과 맺은 실제 파트너십을 참조한 브랜디드 서프보드. 그 비영리 단체는 거대 태평양 쓰레기 지대에서 100만 파운드 이상의 플라스틱을 걷어냈습니다.
히피 밴은 반체제의 차였습니다. PV5 노마드는 일회용을 넘어선 차입니다.

잊혀진 랠리 서비스
한국에서도 절반쯤은 잊고 있는 우리 모터스포츠의 한 챕터가 있습니다. 1993년 1월, 기아는 스포티지로 파리-다카르 랠리에 출전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에는 Kia Motorsport Korea라는 이름으로 세피아를 몰고 FIA 공인 국제 랠리에 나섰습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라운드까지 포함해서였습니다. 리버리는 깔끔했습니다. 흰 바디, 굵은 빨간 대각 스윕, 옛 기아 오벌 로고, 타이틀 스폰서 대한항공, 미쉐린 타이어.
해외 자동차 애호가 대부분은 이 차들을 본 적이 없습니다. 회사조차도 잘 꺼내지 않는 사실입니다.
팩토리 랠리 팀의 구성은 레이스카만이 아닙니다. 컨보이입니다. 서비스 밴, 부품 트럭, 지원 차량까지 같은 리버리를 입습니다. 푸조, 미쓰비시, 포르쉐, 스바루도 자기 색으로 서비스 차량을 운영했습니다. 다카르의 서비스 트럭용 T4.3 클래스는 1998년부터 존재합니다.

WRD의 PV5 다카르 서비스는 팀의 알려지지 않은 절반을 주연으로 세웁니다. 흰 바디에 1990년대 기아 랠리카에서 따온 빨간 대각 스윕. 지금의 KN 워드마크가 아닌 레트로 기아 오벌 로고. 레이스 넘버 65. 차고를 올리고,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타이어를 끼운 흰색 콤포모티브 랠리 휠, 스페어 휠과 제리캔을 실은 루프랙, 후미의 CATL 배터리 브랜딩, 1995년 세피아가 달았던 것과 같은 대한항공 데칼, 뒤에 매단 2축 평판 트레일러까지.
레트로 오벌 로고는 일부러 선택한 것입니다. 팀을 시각적으로 1990년대 중반에 둡니다. 2026년의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30년 일찍 EV를 굴리는 1996년의 프로그램입니다.

SuperPBV
기아는 EV 라인업의 거의 모든 차에 GT 버전을 만듭니다. EV6 GT, EV9 GT, EV4 GT. 그게 없는 차가 PV5입니다.
2021년 기아가 EV6 패밀리를 공개했을 때, 기아는 드래그 스트립 광고를 만들었습니다. EV6 GT가 슈퍼카 다섯 대와 겨뤘습니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메르세데스-AMG GT, 맥라렌 570S, 포르쉐 911 타르가 4, 페라리 캘리포니아 T. 430kW와 740Nm의 토크로, EV6 GT는 출발 직후 선두로 치고 나가, 맥라렌에게만 차 한 대 길이 차이로 졌습니다. 그 광고가 서브 브랜드 전체의 톤을 잡았습니다.
PV5는 기아의 PBV 전용 전기 플랫폼인 E-GMP.S 위에 있습니다. EV6 GT를 빠르게 만드는 모터들은 같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나옵니다. 플랫폼이 막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장르도 실재합니다. 포드는 1971년 개조된 GT40 섀시 위에 첫 슈퍼밴을 만들었습니다. 1994년의 슈퍼밴 3는 아일톤 세나의 맥라렌 MP4/8 F1 머신을 굴렸던 그 코스워스 V8을 달았습니다. 지금의 전동 슈퍼밴 4.2는 약 2,000마력을 내며,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힐클라임에서 2년 연속 우승했습니다. 르노는 1995년 에스파스 F1을 만들었습니다. 알랭 프로스트의 챔피언십 우승 머신 윌리엄스-르노 FW15C에 달렸던 그 V10을 박았습니다.

WRD의 PV5 GT는 그 EV6 GT 드래그 레이스 광고에서 리버리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실버와 그레이의 바디, 네온 그린과 검정의 그래픽, 대각 슬래시 패턴, 레이스 넘버 데칼, 낮춘 차고, 와이드바디 펜더, 카본 룩 디퓨저, 네온 그린 캘리퍼. 번호판에는 PV5 GT라고 적었습니다.
이 차의 이름은 우리가 붙였습니다. 슈퍼밴은 포드 이름이니, 다른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SuperPBV. PV5는 우선 PBV이고, 빠른 PBV는 SuperPBV입니다.
역사상 가장 빠른 밴들은 늘 홍보용 쇼카였습니다. 제조사가 마음먹으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증명하려 만든 차들입니다. 기아가 아직 만들지 않아서 WRD가 먼저 그렸습니다.

다섯 챕터, 한 대의 차
다섯 컨셉. 한 대의 차. 다섯 개의 문화적 배경이 있고, 모두 이미 존재하는 것에서 가져왔습니다. 한국인이 세운 일본 택시 회사. 1983년의 미국 액션 드라마. 1960년대의 카운터컬처와, 마침내 그 철학을 따라잡은 기술. 거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1990년대 한국의 랠리 프로그램. 50년 넘게 살아 있는 빠른 밴 장르.
PV5가 이 모두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이 중 어느 것이든 될 수 있는 차입니다. 그게 Purpose Built Vehicle의 진짜 의미입니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차가 아닙니다. 당신이 상상하는 그 어떤 목적이든, 그 목적을 위한 차입니다.
기아는 한 대의 차를 만들었습니다. WRD의 Project712는 그 차에 다섯 개의 이야기를 더했습니다.
박진수는 자동차 콘텐츠 전략가이자 WRD WORLD의 창립자입니다. WRD WORLD는 자동차에 담긴 이야기를 읽어내는 스토리텔러 그룹입니다. 클래식카, 다이캐스트 컬렉션, 모터스포츠 헤리티지를 아카이브하고, 브랜드 컨설팅, 콘텐츠 기획, 영상 제작, 전시 큐레이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 면책고지: 본 글에 소개된 모든 차량 컨셉과 이미지는 WRD WORLD가 순수하게 팬의 입장에서 제작한 창작물이며, 기아 주식회사를 비롯해 글에 언급된 어떠한 브랜드, 기업, 단체, 인물, 미디어 자산으로부터도 제휴, 후원, 공식 승인을 받지 않았습니다. 글에 등장하는 모든 명칭, 로고, 상표, 지식재산권은 각 권리자에게 귀속되며, 본 글에서는 편집 및 컨셉 설명을 위한 용도로만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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